움직이는 도서관, 개포 하늘꿈 도서관
Library in Motion
길 모퉁이 건축
개포 하늘꿈 도서관은 일원동 공동주택 단지가 인근의 초등학교와 근린생활시설이 밀집한 지역과 만나는 사거리 모퉁이에 위치한다. 도서관이 들어서기에는 비좁은 이 부지(764 제곱미터)는 재건축사업을 통해 확보되었고, 새로운 공공도서관은 기부체납을 통해서 건립되었다. 재건축을 통해서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과거에는 메타세콰이어가 울창하게 늘어섰던 도서관 부지의 전면 가로는 사거리 맞은 편의 나지막한 건물들과 생경한 대조를 이룬채 아파트의 무미건조한 배면으로 둘러싸여 특색 없는 공터로 남겨져 있었다. 길과 공간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웃한 아파트단지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가로변 스케일 변화와 활동을 수용할 수 있는 입체적이고 동적인 공간이 필요했다.
연속된 터와 길로 구성된 움직이는 도서관
초고층 아파트에서 2~3층 근린생활상가로 이어지는 가로변 스케일의 변화를 좁은 부지 안에서 받아들이기 위해서 골목처럼 작고 아담하지만 깊게 열린 공간켜를 중첩하고 연결해서 깊고 길게 이어지는 공간을 디자인하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도서관 운영팀 역시 사람들의 활동이 중심이 되는 열린 공공도서관을 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열람실’, ‘자료실’, 나아가 ‘계단실’과 같은 구획된 방이나 실 대신에 서가와 테이블, 의자, 그리고 각종 장비를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들이 벌어지는 다양한 ‘영역’(zone)들이 길과 터의 형태로 구분되고 연결되는 공간 구성을 갖도록 계획할 수 있었다.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도서관 공간은 1층에서 4층에 걸쳐서 키움터, 화음터, 지혜터, 해봄터 등 다양한 터들이 연령대별로 특색있는 서가 골목들로 연결되어 있으며, 수직·수평의 공간 켜들 사이를 열어서 어디서나 사람들의 움직임과 함께 지식이 생산되는 과정이 보이고 읽히는 ‘움직이는 도서관’을 만들고자 했다.
골라서 노는 책거리
책을 비롯해 여러 문방구가 놓여있는 책거리 그림 속 공간은 ‘공공적 내밀함’(public intimacy)이랄까? 매우 개인적이고 친밀한 공간이 마치 아파트처럼 중첩되고 노출됨으로써 삶의 다양한 모습들이 한꺼번에 드러나는 묘한 즐거움을 준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들이 연상되고 연결되는 책거리 그림 속 공간을 여러 공간켜들로 구성된 이 도서관에 담고 싶었다. 우선, 가로변에 면해서는 3개층 높이의 공공적인 켜를 두었고, 아파트에 면한 안쪽에는 내밀한 켜를 두었으며, 그 사이에는 자유롭게 움직이거나 머무를 수 있는 공간켜를 두고, 각각 아트리움(커튼월), 라운지(수평 띠창), 갤러리(빛 우물)가 연상되는 특징적인 공간 형태로 계획하여 각각이 쉽게 인지되고 구별되도록 하였다. 한편, 도르테 스콧-한센(Dorte Skot-Hansen) 등이 제시한 도서관 공간의 ‘네 가지 공간 영역 모델’(The four space-model)에 기초하여, 가로변에서부터 아파트 단지 쪽으로 ‘만남의 공간’(meeting space), ‘행위의 공간’(performative space), ‘감흥의 공간’(inspiration space), ‘배움의 공간’(learning space)을 중심으로 각각의 영역과 공간켜를 중첩함으로써 막다른 공간도 막다른 활동도 없이 연결되고, 넓고 깊게 펼쳐진 책거리를 따라 이곳저곳 자유롭게 노닐며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는 공간을 구현하고자 했다.
Gangnam-gu
2020.04 ~ 2023.03
JIN Hyosook
ARCHITECTURE